소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정신적 '약함'에 대해서 탐색해왔다. 나의 작업은 의지, 열정, 생각의 깊이 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지점들에 주목한다. 처음에는 개인 안에 존재하는 상반되는 욕망, 감정, 기준에 대해서 탐구했고, 최근에는 현대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대안에 이르지 못하는 어중간한 욕망'을 시각화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색채의 차이보다 미묘한 색감과 표면의 질감의 차이에 집중하고자 무채색을 사용해 표현한다.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지 않는 것들 사이에 섬세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채색으로 시작한 작업은 그 안에서 번져 나오는 색에서부터 주변의 색채들로 경계를 흐트러뜨리듯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연약하고 변화하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젯소를 칠하지 않고 재료가 지지체에 완전히 스며들도록 한다. 이 과정은 매끄러워질 수 없는 울퉁불퉁한 삶과 그에 영향을 받는 개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흘러내림이나 번지는 것 등의 우연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시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생각으로 한 드로잉을 콜라주하여 작품 안에 포함시킨다.
드로잉은 나에게 완성된 형태를 정해두지 않고, 우연의 흔적, 감정의 변화, 손의 움직임을 유동적으로 따라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의식적 부분과, 의식적이지 않은 부분 모두가 작업에 참여하게 하며, 우연의 요소와 통제하려는 욕망이 작업 안에 공존하도록 한다.
미완성이자 동시에 완성인 드로잉처럼,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면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러한 부분들을 섬세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탐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