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회색지대
- 구분
- 개인전
- 장소
- 메탈하우스갤러리, 양평
무채색으로 표현된 식물들이 회색지대를 형성한다. 회색지대는 경계에 위치한 모호한 행위나 개념,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이 벌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 전시의 회색지대는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한 존재들의 땅이다. 흑과 백,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들, 확실한 의미나 행동, 성취가 되지 못한 부분들을 위한 장소다. 개인 안의 다양성에 대해 작업해왔다. 다양한 부분들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고, 그 틈들에는 서로 다른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며 불안해하는 것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이름 붙여지지 못한 것들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옆을 기웃거리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원하면서 원하지 않고, 움츠러들고 시들어가는, 정확히 무엇이 될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 이는 의미와 목적지를 가진 여행이 아니라, 그것들을 발견하지 못한 방황하는 상태이다. 나와 내 삶 속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많이 경험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을 위한 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런 틈에 머물러 있는 것들은 종종 이름 붙일 수 있는 결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여겨지고, 분명한 결과나 의미로 이어지지 못하면 없어져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의미로 확정되지 못한 무언가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식물 이미지를 차용하여, 드로잉의 형식으로 그러한 부분들을 표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은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식물은 때로는 강력하고 때로는 연약하다. 나는 식물이 많은 복잡성을 지닌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덜 정제된 드로잉들을 볼 때, 그것들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완벽함이 아니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느낀다. 완성형을 추구하면 이러한 아름다움은 쉽게 덮여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미완성이면서 동시에 완성인 드로잉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는 경계에는 늘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들이 존재한다. 회색지대는 이러한 날것들을 드러내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경계에 존재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위한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그들을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진 무언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